[이종민의 콘텐츠 비하인드] "당신의 이야기를 사고 싶습니다"…알고보면 가까운 작가의 세계

입력 2022-04-27 17:19   수정 2022-04-28 00:13

만약에 드라마나 영화의 이야기를 만드는 작가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TV와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통해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줄 수 있다니 생각만으로도 즐겁다. 그러나 부러우면 도전해 보라는 친구의 말처럼 용기를 내기에는 걸림돌이 많다. 너무 나이가 든 것은 아닐까. 지금 하는 일도 만만치 않은데 괜스레 한눈팔다 본업에 소홀해지는 것은 아닐까. 아니 그보다 한 번도 제대로 글을 써본 적이 없는데 작가로서의 재능이 있을까. 그렇게 스스로를 향해 냉철한 3단 공격을 하고 나면 한 줌 남은 용기조차 금세 말라 버린다.

우리 회사는 대표적 콘텐츠 기업 중 하나라서 늘 새로운 이야기와 작가에 목마르다. 그래서 매년 수십억원을 투자해 영화드라마 신인 작가를 육성하는 오펜이라는 공유가치창출(CSV) 사업을 운영 중이다. 오펜은 신인 작가를 발굴하고, 1년 동안 작가에게 필요한 교육과 멘토링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쓸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또 수료 뒤에는 콘텐츠 제작사와 계약할 수 있도록 돕고, 일부 작품을 단막 드라마로 제작해 신인 작가들의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해마다 많은 신인 작가가 오펜 문을 두드리는데, 그들과 마주해 보면 아까의 셀프 공격이 모두 잘못된 질문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당연히 나이는 이야기를 쓰는 데 장애물이 될 수 없다. 젊었을 적 육아나 생업 때문에 접어둬야만 했던 꿈에 도전하는 장년층 작가들이 너무나 많다. 반면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자마자 오펜 과정에 참여한 미성년 작가도 있었는데, 이 작가가 창작의 번뇌에 빠질 때마다 선배들이 소주 대신 사이다를 마셔가며 고민을 나누느라 힘들어했던 밤들도 기억이 난다.


직업의 범위도 무척 넓어서 의사, 홍보회사 대표, 방송사 아나운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작가의 꿈에 도전한다. 전업 작가가 되기 위해 안정된 교직을 포기하려 한 중학교 교사를 말리기도 했고, 의사가 되기를 바라는 부모님을 설득해 드라마 작가의 길을 병행하려는 전공의를 응원하기도 했다. 전업주부에서 작가로의 변신을 꿈꾸는 사람도 많은데, 육아와 함께 하루 서너 시간의 쪽잠으로 버티며 글을 써 온 한 작가는 올해 미니시리즈 데뷔를 앞두고 있다. 해리포터 작가 조앤 롤링의 성공 스토리는 한국에서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물론 글을 전문적으로 쓴 경험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펜에는 십년 이상 다큐나 예능 등의 방송 작가를 하면서 내공을 다져온 사람도 많지만, 전문적 글쓰기 경험이 짧은 작가들도 적지 않다.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어느 날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인터넷에서 드라마 대본을 검색해 공부하고, 처음 쓴 시나리오로 오펜에 당선된 뒤 티빙을 통해 첫 드라마를 선보인 작가도 있다.

한국의 드라마를 전 세계인이 좋아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멋진 연기자, 세련된 연출, 효율적인 제작 시스템 등에 더해 많은 사람이 자기만의 이야기를 가진 것도 경쟁력 중 하나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보다 쉴 새 없이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 과정에서 어떤 사람은 경쟁을 헤쳐 나가거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워온 이야기를, 또 다른 사람은 변화와 경쟁에서 벗어나 잠시의 안식이 되는 상상의 판타지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몇 년 사이 국내에서 제작되는 드라마가 거의 두 배나 늘었고, 우리 콘텐츠를 즐기는 세계 사람들도 훨씬 많아졌다. 웹툰과 웹소설을 통해서도 많은 이야기가 다양한 나라에서 소비되고 있다. 그만큼 이야기의 수요가 늘어서 올해 진행되고 있거나 진행될 공모전이 꽤 많은 데다, 상금 규모도 커졌다.

이렇게나 많은 곳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찾고 있으니 나만의 이야기로 도전해 보는 것도 좋겠다. 설사 누군가에게 선택되지 않더라도 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것은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글로 풀어 보면 내 경험도, 내 상상도 꽤나 멋진 이야기임을 알 수 있으니까. CJ ENM IP개발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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